
7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코스피 지수가 '네 마녀의 날'(쿼드러플 위칭데이)도 무탈하게 넘겼다. 이달 주식 거래가 열린 날마다 급등해 조정 불안감이 커졌지만, 이날도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한국 주식을 4000억 원 넘게 담았다. 미국발 관세 리스크도 완화한 가운데 국내 증시는 추세적 상승 구간에 접어들면서 이르면 한 달 내로 3000선을 넘길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들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보다 0.45%(12.99p) 오른 2920.0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이달 시장이 열린 거래일마다 7거래일 연속 상승해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2697.67에서 이날 2920선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3060억 원, 1410억 원씩 파는 가운데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4380억 원을 사들였다.
이날은 일명 네 마녀의 날로 주가지수와 개별 종목의 선물·옵션 등 네 가지의 파생 상품 만기일이 동시에 돌아오는 날이었다. 국내에서는 매년 3, 6, 9, 12월의 둘째 주 목요일에 해당한다. 앞서 투자했던 선물·옵션 상품을 청산하거나 다음 만기 상품으로 갈아타는 ‘롤오버’ 등의 정리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지기에 수급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6월 네 마녀의 날에는 4월부터 급등했던 코스피 지수가 대규모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선거 기간 동안 잇따라 '코리아 디스카운트'(코스피 저평가) 해소를 위한 주주환원 공약을 내놓으며 개인투자자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해 코스피 지수도 연초 대비 21.7% 상승했으며, 특히 지난 한 달 동안에만 약 12%가 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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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수 우위로 거래를 시작해 장 초반 순매도 전환하는 등 불안을 키웠다. 장 초반 2910선을 가까스로 지탱하며 상승 폭을 낮췄으나, 정오를 기점으로 2930선에 다시 올라섰다. 기관과 개인은 장 마감 직전 한꺼번에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를 2910선으로 끌어내렸지만,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2920선 위에서 마감했다.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진 10개월 만의 순매도 행진이 끊어졌다. 외국인 연속 순매수 배경에는 원화 가치 상승이 있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익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 유입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6.30원 급락해 1358.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을 최고 3500선까지 올려잡는 등 국내 증시의 약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코스피 상단 밴드는 2900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일 코스피 지수가 2900선을 넘기면서 기존- 전망치를 뛰어넘은 상황이다. 다음 주로 예정된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큰 이변 없이 상승 기조를 유지할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전일 한국거래소에 방문해 주가조작 등 주식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 처벌하는 제도 개편을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점이 코스피 상승 여력을 키웠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자본시장법 위반에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던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려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