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차종 제한적·신차 계획 전무…한국엔 ‘냉랭한’ 시선
자산 매각에 노조 반발…쟁의행위·철야농성 돌입
2028년 ‘철수 시계’ 째깍…정부·노조 압박 속 위기감 고조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5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차량 생산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GM 한국사업장(한국지엠)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내수 생산 차종이 제한적이고 신차 계획이 없는 한국지엠은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우려 속에서 노조의 쟁의 행위와 정부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GM은 향후 2년간 총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 캔자스주, 테네시주 내 공장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연간 200만 대 이상의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이번 신규 투자로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 블레이저’는 전량 미국 생산으로 전환되고 ‘쉐보레 이쿼녹스’는 멕시코 생산을 유지하면서 미국 공장에서 추가된다.
GM이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고 멕시코 생산 모델까지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한국지엠의 입지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국지엠의 내수용 생산 차량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래블 레이저’ 2종에 불과하다. ‘뷰익 앙코르 GX’와 ‘엔비스타’는 북미 수출 전용 모델이다. 국내 생산 전기차는 전무하고 신차 생산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GM의 관세로 인한 영향은 40억~50억 달러(약 5조4800억~6조8500억 원)로 예상했고 이중 약 20억 달러(약 2조7400억 원)는 한국산 차량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한국지엠이 지난달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자산 매각을 발표하면서 업계에서는 이를 ‘철수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매각 결정이 ‘소프트 랜딩(연착륙)’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한국산업은행과 맺은 협정에 따라 2028년까지 국내 사업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약속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철수 가능성에 대한 논란과 우려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노조는 “자산매각 계획은 2027년 말 또는 2028년 5월 종료가 예상되는 정부와의 재협상을 염두에 두고 GM 본사를 제외한 이해 당사자들 모두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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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이 커진 노조는 적극적인 쟁위행위에 돌입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중앙집행위원들은 전날부터 본관 앞 릴레이 철야농성에 들어갔으며 이날 금속노조 1만간부 결의대회에 간부들이 참여했다. 16~17일 전 간부 출근 투쟁, 18~19일 현장 활동도 예고돼 있다.
노조는 정부의 책임있는 대응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 사측의 직영 정비센터와 부평공장 유휴지 매각의 문제점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안규백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정부가 지분 17.02%를 보유한 한국지엠에서 직영 정비센터 폐쇄를 방조한다면 소비자의 권리를 내팽개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지엠의 지분은 GM 76.96%, 산은 17.02%, 상하이자동차 6.02%로 구성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