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조합 진짜야?"
연예 기획사 더블랙레이블이 파격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새로운 아이돌 그룹 론칭을 발표한 건데요. 신인 그룹의 데뷔와 활동이 쏟아지는 지금, 뭐가 대수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더블랙레이블에서 공개한 멤버들이 심상치 않은데요. 그간 국내 가요계에선 보기 어려웠던 '혼성 그룹'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벌써 K팝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가는 중입니다. '혼성 그룹의 성공 여부'를 주로 점치는 모양샌데요. 더블랙레이블의 신인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의 멤버들부터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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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랙레이블이 새롭게 선보이는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는 남성 2인, 여성 3인으로 구성된 5인조 혼성 그룹입니다. 멤버는 애니, 타잔, 베일리, 우찬, 영서로, 모두 데뷔 전부터 다양한 활동 이력과 독특한 배경으로 주목받아온 이들이죠.
2002년생인 멤버 애니(본명 문서윤)는 정유경 신세계그룹 회장의 장녀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외할머니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고 외삼촌이 정용진 회장이죠. 컬럼비아 대학교 재학 중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아이돌 데뷔를 준비 중이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더블랙레이블의 걸그룹 연습생들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될 당시에도 사진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는데요. 당시 더블랙레이블과 신세계그룹이 특별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아 걸그룹 데뷔가 기정사실화 된 바 있죠. 다만 이후 데뷔한 미야오 멤버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연습생들 사진에 포함됐지만, 미야오로 데뷔하지 않은 멤버는 또 있습니다. 베일리 석이라는 이름으로 안무가 활동을 한 베일리는 2004년생으로, 다수의 유명 아티스트 안무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는데요. K팝에 발을 들인 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레드벨벳의 '사이코(Psycho)' 안무 작업에 참여하면서부터죠. 이미 인스타그램 팔로워 180만 명, 틱톡 팔로워 220만 명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02년생 타잔(본명 이채원)은 국내외 무용 콩쿠르에서 이름을 알린 무용가입니다. 유튜브에서도 그의 무대 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서울패션위크에도 모델로 수차례 섰습니다. 아이들의 '아이 두(I DO)', 뉴진스의 '슈퍼내추럴(Supernatural)'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눈길을 끌었고, 웹 예능 '홍석천의 보석함'에도 '모델계 숨은 원석'으로 등장했습니다.
2005년생 우찬(본명 조우찬)은 13살에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에 출연하면서 역대 본선 진출자로 이름을 알렸는데요. 큐브엔터테인먼트와 빅히트 뮤직 연습생을 거쳤습니다. 특히 빅히트 뮤직에서는 차기 데뷔조인 트레이니 A 멤버로 주목받았는데요. 트레이니 A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더블랙레이블로 둥지를 옮겼죠.
마찬가지로 2005년생인 영서는 하이브 하위 레이블인 쏘스뮤직, 빌리프랩 연습생 출신인데요. 앞서 빌리프랩 소속 걸그룹 아일릿이 탄생한 오디션 프로그램 '알 유 넥스트'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하며 데뷔를 확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데뷔 직전 빌리프랩과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데뷔가 무산됐고, 목격담이 종종 이어지다가 더블랙레이블에서의 데뷔를 확정했는데요.
다섯 명 모두 뚜렷한 캐릭터와 경력을 가진 만큼 올데이 프로젝트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죠. 동시에 의구심도 나왔습니다. 대형 연예 기획사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혼성 그룹'이 과연 성공적으로 가요계에 안착할 수 있냐는 취지죠.

혼성 그룹이 K팝 시장에서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1990~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혼성 그룹은 하나의 인기 포맷이었습니다. 룰라, 쿨, 샵, 코요태, 거북이 등은 남녀 멤버가 조화를 이루며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죠.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친숙한 캐릭터성, 남녀 혼성 보컬의 조화로 당대 음악 방송 무대뿐 아니라 예능까지 장악할 만큼 굳건한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이 시기 한국 대중음악은 특정 팬층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해 있었습니다. 국민 그룹'이라는 호칭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죠.
이후에도 물론 혼성 그룹의 데뷔는 간간이 있었습니다. 어반자카파처럼 감성적인 보컬을 내세운 팀도 있었고, 남녀공학, 카드(KARD)처럼 아이돌 시장을 노린 그룹도 나왔습니다. 특히 카드는 해외에서 투어와 팬 이벤트 등을 활발히 펼치면서 주목받았는데요. 이전 혼성 그룹들이 누렸던 대중적 파급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아쉬운 성적과 대중적 인지도를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혼성 그룹의 기류가 본격적으로 달라진 건 200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디지털 음원과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의 콘텐츠 소비가 보편화하면서 대중음악의 중심축은 점차 아이돌 산업으로 이동했는데요. 아이돌 산업은 이 변화에 발맞춰 성장했고, '팬덤'이라는 핵심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적 시스템으로 진화했죠. 물론 이 과정에서도 아이돌 음악은 예능, 광고, 음원 등을 통해 대중성과의 접점을 꾸준히 확대하려는 시도를 이어왔습니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음악'과 '팬을 위한 콘텐츠'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흐름이 존재해왔던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덤 중심 구조가 강화되면서 혼성 그룹처럼 콘셉트나 서사가 명확하게 규정되기 어려운 포맷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성별이 혼합된 그룹은 퍼포먼스, 팬서비스, 세계관 구성 등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지고, 팬심의 방향성도 분산되기 쉽습니다. 피처링이나 컬래버레이션 문화가 활성화된 것도 '굳이 혼성 그룹을 론칭할 필요가 있냐'는 질문을 던졌죠. 기획과 마케팅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업계 관점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따를 수밖에 없었던 포맷이었다는 겁니다.
대신 기획사들은 혼성 그룹을 정식 그룹이 아닌, 일종의 프로젝트로 구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유닛 활동을 택한 건데요.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당시 현아, 후이, 이던의 트리플 H가 대표적이죠.

이 같은 상황에서 더블랙레이블이 올데이 프로젝트를 내놓은 건 꽤 도전적인 행보입니다. 멤버들의 이력이나 화제성 이상으로 혼성 그룹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를 직면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일단은 멤버 구성과 혼성 그룹이라는 포맷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은 올데이 프로젝트지만, 그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시선도 존재합니다. 그간 혼성 포맷이 시장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한 구조적 맥락을 생각하면 이들이 직면할 현실은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건데요. 기존 아이돌 팬덤 중심의 소비 구조에서 혼성 그룹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일회성 그룹'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앞선 혼성 그룹들의 활동이 일회성 활동에 머무른 전례가 많았던 만큼 장기 운영 여부에 물음표를 다는 분위기도 존재하죠. 멤버 개개인의 이력이 뚜렷한 탓에 개별 활동과 그룹 활동 사이의 균형도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그래도 올데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데뷔와 활동을 이어간다면 그 파급력은 적지 않을 전망인데요. 성별 중심으로 양분된 팬덤 구조를 넘어 캐릭터와 콘텐츠 자체로 승부하는 방식이 가능한지 가늠해보는 업계의 시험지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더블랙레이블은 티징 영상에서 이들을 두고 "세계는 아직 올데이 프로젝트를 잘 모르지만, 이 프로젝트는 준비가 완료됐습니다"라며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인간 본성 - 그런 걸까요?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뭔가 더 밝혀져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디에서 왔고 진짜 목표는 무엇일까?', '어쩌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세상을 바꾸려는 건가요?'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그것에 다가가는 데 신중하세요"라고 전했는데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들은 창의적 표현의 경계를 넓히고,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며, 지금껏 없던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이기 위해 모였다"며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이들은 대담하고, 뚜렷하며, 타협하지 않는 태도로 나아간다. 정교한 음악, 도전적인 비주얼, 강렬한 메시지를 통해 기존의 틀을 뛰어넘고, 예상조차 뒤엎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예술 안에서 오래도록 지속될 힘이 되기를 지향한다"고 포부를 전했는데요. 올데이 프로젝트는 23일 오후 6시 데뷔 싱글 '페이머스(Famous)'를 발매하고 베일을 벗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