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주식 상속세 감당 어려워
“자본소득세 전환 ‘Hybrid 세제’ 제안”

현행 국내 기업 상속 세제를 개선할지를 두고 경제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부 경영권 주식에 한해 자본이득세를 도입해 경제적 균등의 실현과 기업의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서울 중구 상의회관 의원회의실에서 ‘기업 지속을 위한 상속세-자본이득세 하이브리드 방안’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현행 기업승계 지원제도는 △가업상속공제제도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 △가업상속 연부연납 △가업상속 납부유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특례제도는 중소기업 및 연매출 5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에만 허용되고, 납부유예제도는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하지 않은 중소기업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가업상속 연부연납 기간은 최대 20년인데 반해, 일반상속 연부연납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이에 국내 기업승계 지원 세제는 중소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에 국한돼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승계에 불리한 역차별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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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ᆞ가업승계 전문가로 꼽히는 김민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국내 가업승계 지원제도가 중소기업 등에 한해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면서 “제도 이용이 가능한 중소기업도 가업 법인이 보유한 자산 감정평가에 따른 비상장주식 가치 재산정, 승계대상 자산의 사업무관 여부 등 다양한 사유로 세금이 사후 추징된 사례가 많아 납세자의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신언 세무사는 “현행 기업승계 특례제도상 승계자가 반드시 대표이사여야 하는 요건이 기업승계의 유연성을 제약한다”라며 “전문경영인을 선임하는 경우에도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속세 개선방향으로는 기업을 경영하려는 승계인과 단순히 재산을 물려받는 수혜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는 “경영권 주식에 한해 상속세 일부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Hybrid 세제’를 제안한다”라면서 “최고세율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납부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일시에 집중되는 상속세 부담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상속 시점에 상속세를 우선 부과하고 이후 실제 주식 처분 시 자본이득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시점구분 방식’과 상속가액 600억 원을 기준으로 그 이하에는 상속세, 초과분에는 자본이득세를 적용하는 ‘금액구분 방식’ 등이 있다. 전 교수는 “이 같은 방식을 적절하게 결합해 가업승계의 세금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추가로 자본이득세 전환이 어렵다면 20년 분할납부 또는 5년 거치 5년 분할납부 등의 기간이익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하이브리드 세제 제안에 대해 “단순한 세율 인하가 아닌 과세체계 자체의 재구조화를 통해 상속세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평가한 뒤 “다만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연 혜택에 대한 요건을 명확히 해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관도 “자본이득세 과세방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가업상속공제제도뿐만 아니라 상속세제도와도 적절하게 조화될 필요가 있다”면서 “경영권주식 중 사업무관자산을 제외한 부분에 대하여 자본이득세를 과세하고, 사업무관자산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는 상속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주요국들은 기업을 기술력과 일자리, 사회적 책임을 이어가는 중요한 매개체로 바라보고 상속세 부담을 낮추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 승계를 단지‘부의 대물림’으로 여기는 부정적 인식이 강해 제도 개선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과 기업의 승계를 확실히 구분하는 합리적인 상속세제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