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부과에 중고차 가격 급등, 신차 가격 인상…하반기 변동성 확대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급증했던 신차 수요가 꺾이면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 판매량이 일제히 감소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다 중고차 가격 급등과 신차 가격 인상 조짐이 맞물리면서 하반기까지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팔린 신차는 146만3000대로 3월(159만1000대)보다 12만8000대(8%) 줄었다. 시장점유율 1위 제너럴모터스(GM)는 1만5000대, 닛산은 3만7000대가 감소했고 혼다(1만 대), 스텔란티스(1만2000대), 현대자동차(6000대), 기아(4000대) 등도 판매 실적이 하락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현지 판매량이 크게 늘며 7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4월 들어 각각 8만8000대, 7만5000대 판매하며 전월 대비로는 판매량이 줄었다. 관세 부과 전 ‘막차 수요’가 정점에 달했다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고차 시장은 이미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됐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가 집계한 맨하임 중고차 가격지수는 4월 208.2(1997년 1월=100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4.9%, 전월 대비 2.7% 각각 올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평년 같은 시기보다 상승 폭도 훨씬 크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통상 4월 둘째 주를 기점으로 마무리되는 봄철 중고차 가격 반등이 올해는 4월 한 달 내내 이어졌다“며 ”관세 부과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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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가격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포드는 이달 2일 이후 생산되는 멕시코산 미국 수출 자동차의 가격을 최대 2000달러(약 280만 원) 인상할 계획이다. 신차가 소비자에게 배송되기까지 평균 1.5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격 인상은 6월 하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3년 전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다시 재연될까 우려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라인이 일시적으로 멈춘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시장의 딜러 재고 일수는 60일에서 24일로 뚝 줄었고, 평균 신차 가격은 4만 달러에서 5만 달러로 25% 상승했다. 심지어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웃도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하반기부터는 현대차·기아 역시 관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6월 2일까지는 차량 가격을 동결하되 수요와 공급 변동에 맞춰 탄력적으로 가격·인센티브 전략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적용 후 신차 가격이 오르면 수요 위축으로 판매에도 타격이 예상되지만 양사는 신차 프로모션과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6월 이후 관세 효과가 본격화하면 업체별 가격 인상과 시장 투입 모델의 변화가 뒤따를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 시장 점유율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